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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장이 당선증이라 믿는 어리석음...

서길원 大記者

2025년 10월 22일(수) 17:27

서길원 大記者

자신의 지역구에 대한 동료 의원의 ‘콩 놔라, 팥 놔라’ 참견에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한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옆 동네(여수) 국회의원의 순천 시정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에 순천 시민들의 자존심이 상했다. “본인의 동네나 잘 지키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의 핵심 이슈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전남지역의 정치적 특성 속에서도 노 시장이 이를 정면 돌파하며 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재’할 뿐만아니라 오히려 노 시장을 흠집 내기 위해 물불가리지 않고 공세를 펴는 쪽이 수세에 몰리고, 위상만 초라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 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전남지역의 전체 국회의석과 순천시를 제외한 모든 자치단체장을 석권하고 있는 정치 지형속에서 유일한 무소속이다.

시장 취임 이래 노 시장은 국가정원 박람회, 아스팔트 도로를 없앤 그린아일랜드, 오천그린광장 등 나열할 수없는 순천의 비약적 도약을 이끌어 냈다. 순천을 호남의 3대 도시로 끌어올리고, 이는 시민들에게도 커다란 자긍심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이나 지역 정치권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견제와 트집 잡기로, 민주당 아성의 지역에서 겪어야 하는 무소속의 설움과 고충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정당의 뒷배’가 없는 노 시장은 오직 시민 만을 바라보는 이유이고, ‘공천’이 필요한 김 의원은 오직 중앙당을 바라보는 이유다. 설움과 고충은 노 시장에 그치지 않고, 무소속 시장을 둔 순천시청의 공직자들도 왜곡된 시정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노 시장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문수 의원과 공천만을 염두에 둔 일부 시의원들에게 눈엣가시처럼 취급 받으면서 순천 시정이 이들의 공격 목표가 된데 따른 대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 정치권이, 순천 시청 공직자들이 시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귀중한 시간을 소모적 논쟁으로 빼앗아간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의원의 입장에서는 노 시장의 다음 선거를 막지 못하면 ‘무능’이 낙인찍혀 자신의 공천마저 위태롭게 된다는 것을, 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남의 모든 시장 군수가 민주당인데 김문수 지역구만 무소속이다’라는 지적보다 더 아픈 지적이 있을 수 있겠는가.

순천시민들에게 ‘지나치다’거나 ‘억지스럽다’는 말을 들어가면서도 노 시장을 향한 무리수에 가까운 공세를 펴는 이유가 중앙당의 ‘공천’ 때문이라는 것이 지역 정가의 지배적 평가다.

하지만 현실은 의도와 달리 공격에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무소속 노관규 시장의 몸집 키우기를 도와주는 꼴이 되고 있다. 변두리 트집을 핵심처럼 말하고 지적하는 비논리와 화풀이식 공격이 역량 부족만 드러낼 뿐이다.

전 국민이 지켜 본 가운데 결정적 한방을 보여주고자 했던 국정감사 현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14일 노 시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노 시장이 무소속이 아니라 민주당 소속이었어도 증인참석을 했을까’하는 가정은 차치하더라도 얼척없는 김 의원의 행동에 시민들이 뜨악해 했다.

노 시장이 국정감사장에 들어가려는 순간 김문수 의원의 ‘노관규 구속시키라’는 피켓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했다. 무엇을 노린 것일까. 언론을 통해 노 시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중앙당에도 ‘무소속 시장을 무찌르는 전사’로 비추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공천장이 당선증이라 믿기에 ‘용열하다’는 시민들의 평가야 별 의미 없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힘없는 약자가 강자에 맞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피켓 시위를 국회의원이 자치단체장을 향해 이용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블랙 코메디이다. 그야말로 해외토픽감이지 않겠는가.

김 의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날 국감에서 여수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조계원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순천시장을 불러내 호통을 치는데도 불편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평소 순천 발전을 외치던 그의 자존심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옆 동네 국회의원의 순천 시정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에 순천 시민들의 자존심이 상했다. “본인의 동네나 잘 지키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여천공단이 경기침체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상권이 쇠락하는가 하면 심지어 MBC까지 순천으로 빠져나가면서 여수시민들의 우려와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데 따른 지적이다. 더구나 어떤 근거나 논리보다는 떠도는 이야기에 ‘의혹’의 옷을 입힌 비판에 순천시민들의 자존심이 상한 것은 당연하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무소속 시장에 대한 날선 공격은 한층 거세질 테고, 의혹은 부풀려져 겨울 눈발처럼 휘날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만을 보는 정치와 중앙당의 공천만을 보는 정치의 진실은 휘날리는 눈발이 덮을 수 없다. 정치인이 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래도 봐야 하는 이유다. 딛고선 땅이 무너지면 위는 물거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