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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을 위하여
2020년 04월 23일(목) 15:02
▲서길원 大記者(대기협 순천시지회장)
“국민을 위한 진정성 회복이 우선이다”

지난 15일 치러진 21대 총선 결과를 한 마디로 압축한 키워드는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심판’이었다.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103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180석에 비하면 역대 선거 사상 보수정당의 성적 가운데 최악이다.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 충청, 전라, 제주 등 전 지역에서 처참하게 몰락했다. 대구를 비롯한 낙동강 벨트의 영남권에서만 승리, ‘영남 자민련’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하는 지역 정당으로 추락했다.

일부 보수성향의 정치해설가나 분석가들은 선거결과를 놓고 ‘지역주의가 되살아났다’ 고 추락의 원인을 지역주의로 몰고 갔다. 착시이거나 보수당의 패인을 호남으로 돌리고자 하는 의도된 해석이다. 아니라면 보수당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매몰돼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길 바라는 트로이 목마일 수도 있다.

미래통합당의 참패는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삼고초려’했다는 김종인이 적확히 표현해냈다.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가 선거 하루 뒷날 남긴 패장의 한 마디이다.

그는 “탄핵 이후 당이 변화해야 할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고 노력한 흔적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보수 보수만 외치다가 지금에 이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 부족’이 바뀌지 않는 한 미래통합당은 선거승리는 물론 집권을 꿈꿔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 부족은 국가의 미래를 이끌 정치집단으로서 가장 큰 책무인 역사 인식 부족에 다름아니다.

‘인식’의 변화는 박근혜 탄핵 이후로 미래통합당의 행적을 반추 삼아 복귀하면 된다. 적어도 국민들의 입장에서, 비폭력 탄핵으로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시민들의 입장에서 볼때 미래통합당은 박근혜 탄핵에 대해 아직도 입장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탄핵에 찬성, 탈당했던 인사들이 탄핵에 반대했던 당에 되돌아가 합류하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넜다’는 수사는 미래통합당이 스스로의 발목에 채운 풀 수 없는 족쇄가 됐다. 그러다 보니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극우세력과 친 박근혜 지지세력에 끌려다니기에 급급했다.

그러한 정당에게 보수의 품격을 기대하는 것은 과분했고, 국민들은 미래 대신 과거를, 통합대신 분열을 읽었다.

역사 인식 부족은 당의 대표였던 황교안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의 가벼운 철학이 빚은 설화는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무슨 사태’라고 지칭한 대목에서는 국가지도자로서의 자질마저 의심케 했다. 그는 지난 9일 모교인 성균관대학교를 방문, 인근 분식점 주인과 대화하던 중 학창시절을 회상하면서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라고 말했다. ‘광주사태’는 전두환의 신군부가 했던 말이다. 이 말이 논란이 되자 미래통합당은 5·18민주화운동과 관계없는 발언이라며 허위사실이라고 했지만 차라리 잘못된 발언에 대한 사과가 더 나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고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추락할 만큼 추락했으니 이제 오르는 일만 남았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미래통합당이 싫다는 국민들의 표현이니 국민들이 싫어하는 짓을 그만두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우선은 박근혜를 넘어야 한다. 탄핵을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자기반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태극기 부대에 올라탄 채 손익계산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음은 전두환의 민정당에 뿌리를 두고 있더라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거나 적대시하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공식명칭인 민주화운동을 부인하는 정당은 민주정당이 아니다. 극우세력을 의식하기보다는 역사 앞에 정당하게 걸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은 정치인이 무슨 말을 왜 하는지 말하는 당사자보다 더 잘 안다. 정직하고 진솔한 언어보다 더 강한 연설은 없다.

선거 하루 전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총선이 다가오자 (정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줄였다. 선거가 끝나면 폭증할 것”이라고 했다. ‘얼마나 다급하면 저럴까’ 싶었던 국민들의 마음이 이제는 그 말에 책임지지 않는 미래통합당에 신뢰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비판만으로는 대안세력이 될 수 없다. 더구나 한풀이식 비판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의 칼이 된다. 미래통합당은 지금껏 국민들에게 부메랑의 칼을 던지는 형국이었다.

미래통합당이 ‘영남 자민련’에서 벗어나 전국정당이 되는 길은 복잡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리당략이 아니라 진정성이다. 새롭게 태어날 미래통합당에서 미래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달로 치면 민주당은 만월이고 미래통합당은 초순달이다. 만월이 되고 싶거들랑 털어 낼 것은 털어내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 했다.
기자이름 대한기자협회 광주전남협회
이메일 jgkoreaj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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