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과 이재명, 그리고 김영록 서길원 大記者 |
| 2025년 02월 05일(수) 13:44 |
|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격랑에 휩싸인 대한민국호가 위태위태하다.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수감,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의 불법 앞에서 새가슴으로 쫄기만 했던 일부 국무위원의 민낯은 그저 부끄럽다. 경제는 비틀거리고 서민들의 겨울나기는 혹독하기만 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으로 양분되는 우리 정치권의 내로남불은 ‘과연 저들이 온전한 인격체인가’싶을 만큼 저급하기만 하다. 저들에게 정치적 신념이나 양심, 국민과 국가에 대한 헌신은 겉치레 나들이 옷일 뿐이다. 하긴 권력의 꿀맛에 취해 허우적거리는 나방의 날갯짓에 무슨 신념과 양심이 있겠는가. 애시당초 그런 것을 묻는 자체가 잘못인지도 모른다. 어디 꿀맛이 신념이나 양심의 쓰디쓴 맛에 비교나 되겠는가.
국민의힘은 ‘이재명만 때리면 된다’를 당훈처럼 여기고, 169명의 국회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사실상 이재명 1인 사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여고 야고 간에 건전한 토론이나 대안이 나올 수 없다. 오와 열을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제식훈련 하는 병정들일 뿐이다. 소신은 자칫 배신이 되니 작금의 정치가 조폭과 다를 바 없다.
탄핵정국의 이러한 혼미 속에서도 정치의 시계 바늘은 조기 대선을 향해 빠르게 흐르고 있다. 여론은 '윤석열도 아니고 이재명도 아니다'는 흐름이 지배적이다. 특히 광주·전남지역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높지만 예전만 크게 미치지 않고 있다. 여차하면, 즉 대안이 나오게 되면 당이나 인물선택에 주저함이 없는 지역이다. 정치인은 안주하더라도 유권자는 역동적인 지역이 광주·전남이다.
지역 출신의 인물을 찾지만 함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매몰차게 돌아서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노무현이 광주·전남에서 별의 순간을 잡았고, 안철수가 한때 대안으로 떳고, 지역 출신인 한화갑이나 이낙연은 외면당했다.
김영록 현직 전남도지사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 지사는 설 연휴가 끝난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광주·전남지역 언론인들을 만나 조기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결심을 굳혔다"며 "이제 앞으로 어느 순간에 어떻게 치고 나가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오래전부터 ‘호남의 대안’에 자신을 올려놓고 저울질해 온 것이 사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이렇다 할 정치적 인물이 부재한 호남에서 누군가는 역할을 해야 하고, 그 역할을 자신이 감당하고 싶어했다. 18·19대 국회의원(해남·완도·진도)과 농식품부 장관을 지냈고, 민선7기 전남도지사에 당선된 뒤 지난 2022년 재선에 성공한 이력이 “호남에 김영록만한 인물도 없다”는 기대로 이어졌다. 어쩌면 그가 민선7기 전남도지사에 당선된 뒤 3선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감춰진 이런 꿈을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기자 간담회에서 그가 했다는 "호남이 느꼈던 소외감을 너무 나도 많이 봐왔다“는 말도 의미심장하다. 그가 농식품부 장관시절이었던 문재인 정부도 호남에 대해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그가 몸담고 있는 이재명의 민주당도 어쩌면 같은 맥락이다라고 읽힌다.
문재인이건 이재명이건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지만 호남이 받는 계산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뉘앙스가 저변에 깔려 있다. 자신이 호남의 대안으로 나서야 한다는 명분이기도 하다.
김 지사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SNS를 통해 윤석열과 여권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지사의 대권 도전 시사 발언에 광주·전남지역 주민들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놀라지도, 그렇다고 심드렁하지도 않다는 것이 적확하겠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를 조용히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단독 드리블로만 보이던 민주당의 대선판에서 김영록이 당의 병정놀이 같은 일사분란을 깨뜨리는 것만으로도 호남 몫을 한 셈이다. 이제 그에게 남는 것은 호남이 그를 호남의 대안이 아니라 이재명을 넘어선 대안으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호남은 호남을 뛰어넘을 때 대안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