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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전철화 도심 관통은 순천의 재앙이다
2022년 08월 18일(목) 10:59
서길원 大記者(대기협 순천시지회장)
“여타 도시들이 그렇듯, 철도의 외곽이전은 도시발전과 팽창에 따른 필연일 수밖에 없다. 그때는 오늘의 ‘2천500억원’이 ‘2조5000억원’이 될 수 있다. 예측 가능한 재앙이다. 호미를 가래로 만드려는가”

전남 순천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세계적으로 뛰어난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고 있는 도시다.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의 도시이기도 하다.

한때 ‘산업화만이 살길’이라며 모든 도시가 죽자 살자 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공장과 기업 유치가 자치단체장들의 으뜸 치적이 되고, 공장의 굴뚝에서 내뿜는 매연이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친환경만이 살길’로 바뀌고 있다. 굴뚝이 상징하는 산업화 만능의 시대가 사람과 자연이 상호작용으로 함께 살아가는 시대로 환치되고 있다.

그 선두에 생태 도시 순천이 있다. 오염되지 않은 땅, 세상을 가득 채운 갈대의 손짓, 갈대에 화답하는 수천 흑두루미의 날갯짓, 태초를 간직한 습지의 생태계...

‘하늘에 순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지명 '順天'이 이보다 더 적합하게 어울리는 도시가 있을까 싶다.

이러한 순천에 철 지난 경제성 논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정부가 경전선 전철화 사업과 관련, 광주-순천 구간의 기존 노선을 그대로 이용하겠다는 방침이 그것이다. 기존 노선은 경전선의 순천 시내 관통을 의미한다.

2천500억원 때문이다. 경전선의 순천 도심 구간 4.2km를 외곽으로 이전할 경우 추가되는 비용이다. 당장의 지역발전이나 주민 생활 침해는 먼 훗날의 얘기다. 시쳇말로 ‘답정너’가 아니고 무엇인가.

경전선 전철화 사업은 광주 송정역에서 부산 부전역까지 연결하는 경전선 가운데 광주-순천 구간을 전철화하는 사업이다. 1930년 건설 이후 100년 가까이 개량되지 않은 구간이다. 오는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올 연말께 기본 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광주에서 부산까지 소요 시간이 5시간 42분에서 2시간 24분으로 단축된다. 마다할 리 없다. 하지만 순천시민의 입장에서 경전선 도심 관통은 차라리 아니한 만 못하다. ‘마다할 리 없다’더니 왜 그런가. 개량된 경전선의 도심 관통이 기존 하루 6회 운행에서 46회 이상 늘어난다. 열차 통행이 7배 넘게 늘어나면서 30분에 한 대꼴로 고속열차가 도심 한복판을 지나게 된다.

순천 시내 10곳의 평면교차로에서는 그때마다 교통체증 현상을 빚게 된다. 시민들이 철도 소음과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여기에 전철화 사업으로 들어서게 될 7m 높이의 고압 구조물은 또 어떤가. 도심 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생태 도시 순천의 정체성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을 국토부가 모를 리 없다.

철도의 도심 관통은 여타 도시의 기존 도심 통과 철도를 외곽으로 이설하고 있는 정부 정책의 추세와도 정면 배치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광주광역시만 해도 도심 철도를 폐지하거나 이설 한 뒤 철도 부지를 공원이나 녹지로 전환, 도시발전을 꾀하고 있다. 인근 도시인 남원, 광양, 진주시도 전철을 외곽으로 이설하고 기존 선로는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제공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정부는 ‘2천500억원’에 묶여 꿈쩍도 않고 있다. 오히려 2019년 경전선 광주-순천구간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기존 노선을 활용하는 전철화 계획을 확정해버렸다. 이 과정에서 노선변경을 요구하는 순천시나 지역민들의 의견은 무시됐다.

“의견 수렴의 절차 무시는 실수가 아니라 ‘2천500억원’ 때문에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지적은 트집이 아니다.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해지는 군사정권 시절 ‘개발독재’라는 용어가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전남도와 정부를 수차례 방문, ‘우회 노선’을 호소하고 때로는 읍소하고 있지만 메아리는 아직 멀다. 순천시의회와 지역의 시민단체도 한마음이다. 순천시 공직자들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경전선 순천 도심 통과 반대 릴레이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발전 침해를 막고 주민권익을 지키기 위해 순천이 오랜만에 한마음이 됐지만 정부는 아직 ‘2천500억원’의 셈법만 분주하다.

오늘은 이뤄지지 않더라도 경전선 순천 도심 관통 구간의 외곽이설은 시대의 과제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여타 도시들이 그렇듯, 철도의 외곽이전은 도시발전과 팽창에 따른 필연일 수밖에 없다.

그때는 오늘의 ‘2천500억원’이 ‘2조5000억원’이 될 수 있다. 경전선으로 인해 지연된 도시발전과 시민들의 불편까지 감안하면 ‘2조5000억원’도 부족하다.

‘2천500억원’이 지금은 호미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2조5000억원’도 넘는 가래가 될 것이다. 예측 가능한 재앙이다. 정부는 오늘을 살자고 호미를 가래로 만드려는가.
기자이름 대한기자협회 광주전남협회
이메일 jgkoreaj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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