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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점령군’ 반미는 아니다
2021년 07월 08일(목) 13:01
▲서길원 大記者(대기협 순천시지회장)
해방공간에서 미군의 점령군 지위는 역사 왜곡이나 반미가 아니라 진실에 대한 이해이다. 하지만 미군은 이제 더 이상 이 땅의 점령군이 아니고 점령군일 수도 없다. 주도권은 약하더라도 미군은 이제 대등한 동맹군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그만큼 성장하고 발전했다는 반증이다.

해방공간에서 남한에 들어온 미군은 점령군인가, 해방군인가.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전후 신탁통치에 따라 남한에 진주한 미군의 정체성을 놓고 우습지도 않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점령군’ 논란은 검찰총장에서 곧바로 야권의 대선 후보 1위로 솟아오른 행운의 정치인 윤석열의 첫 데뷔 무대가 되면서 별문제도 아닌 논제가 별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발단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단계에서 친일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유지했다”고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보수언론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군이 해방군이지 어떻게 점령군인가’라며 어줍잖은 색깔논쟁으로 몰아가자 윤 전 총장이 응원가로 알아듣고 이 지사와 청와대를 향해 비난의 방아쇠를 당기면서 진영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 세력의 차기 유력 후보 이 지사도 이어받았다. 온 국민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주장”이라고 썼다. 이어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표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라며 대통령까지 끌고 들어갔다.

지지율 조사 1위를 다투는 차기 대권 주자가 처음으로 맞붙은 것이자, 언급했다시피 정치인으로 변신한 윤 전 총장이 쏘아 올린 첫 진군나팔치고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치인 윤석열’의 첫 진군나팔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에서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다.

미군이 점령군이냐, 해방군이냐의 정체성에 대한 그의 시각은 말할 것도 없고, 논쟁에 청와대와 국민을 끌어들이고자 애쓰는 모습은 기존 정치인들의 식상한 행태와 하등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을 듣고 국민들이 ‘이재명은 대통령감이 못되는구나. 대통령과 청와대도 한심하다. 이번에 정권을 바꿔야겠다. 역시 윤석열이 똑똑하다’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여겼다면 큰 착각이다.

국민들은 단번에 그의 계산된 수를 알아차리고 있는데 정작 그만 모르는 악수에 다름 아니다.

미군의 점령군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1945년 9월 미군이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발표한 포고문을 한 번이라도 읽어 보았다면 당시 미군이 점령군인지, 해방군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미군의 극동아시아 사령관인 더글러스 맥아더의 이름을 본따 ‘맥아더 포고령’이라고도 불리는 ‘태평양 방면 미군 육군부대 총사령부 포고 제1호’는 미군의 점령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선인민에 고함’이라는 제목의 포고령 1호는 전문에 ‘나의 지휘하에 있는 승리에 빛나는 군대는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영토를 점령한다’라거나 ‘조선과 조선주민에 대하여 군사적 관리를 하고자 다음과 같은 점령조건을 발표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포고령의 제1조는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영토와 조선인민에 대한 통치의 전 권한은 당분간 나의 권한 하에 시행한다’ 고 못 박고 있다. 제3조에는 ‘점령부대에 대한 모든 반항행위 혹은 공공안녕을 문란케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는 중한 처벌이 있을 것이다’고 명시했다.

미군이 한국 전쟁에 참가하여 수많은 젊은이의 피의 댓가로 남한을 공산주의로부터 지켜냈고,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도 미국이 없이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큰 힘이 됐다는 것이 사실이듯이 미군이 해방공간의 점령군인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미군정은 해방을 맞아 도망갔던 친일 관료들을 다시 등용함으로써 친일매국노들이 한국사회의 기득권으로 자리 잡게 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제국주의에 충성을 맹세했던 친일 종자들은 다시 미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친미를 넘어 숭미하기에 이르고 있다.

정치지도자는 최소한 민족의 역사 앞에서 정직해야 한다. 국가의 내일은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미군의 점령군’이 미국에 대한 비난이나 반미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이를 부정하는 것이 오히려 미국의 입장을 부인하는 반미다. 해방공간에서 미군의 점령군 지위는 역사 왜곡이나 반미가 아니라 진실에 대한 이해이다.

하지만 미군은 이제 더 이상 이 땅의 점령군이 아니고 점령군일 수도 없다. 주도권은 약하더라도 미군은 이제 대등한 동맹군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그만큼 성장하고 발전했다는 반증이다. 한반도에서 미군의 지위는 앞으로 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솔직한 정치지도자가 많이 나올수록 더 빨리 달라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군의 점령군’ 논란은 미국이 알까봐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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